공사비 폭등을 삼켜버린 ‘신축 멸종’의 역설: 결국 집값 상승으로 상쇄했다.

공사비 폭등 → 정비사업 중단 → 미래 신축 공급 멸종 → 기존 신축·입주권 가격 급등의 연쇄.

모멘트운영진 · 투자생각

· 4분 읽기

최근 몇 년간 시장을 지배했던 공포는 명확했다. "평당 공사비 1,000만 원 시대, 추가분담금 폭탄으로 정비사업은 올스톱될 것이고 조합은 파산할 것이다."

이 경고는 이론적으로 완벽해 보였다. 그러나 현실의 부동산 시장은 언제나 이론보다 한 발 앞서 잔인하게 움직인다. 지금 수도권 주택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전혀 다른 국면으로의 진입을 알리고 있다. 공사비 폭등이 정비사업을 멈춰 세우자 역설적으로 ‘미래의 신축 공급이 통째로 멸종’해 버렸고, 그 결과 발생한 극단적인 공급 절벽이 기존 신축과 입주권의 가격을 천정부지로 밀어 올리고 있다.

결국 ‘치솟은 신축 시세’가 ‘공사비 폭등으로 벌어졌던 사업성의 괴리’를 메워버리는 새로운 국면이 시작된 것이다.

1. ‘공사비 폭등’이 낳은 거대한 부메랑: 인허가·착공의 절벽

정비사업에서 공사비가 뛰고 시공사와 조합이 소송전을 벌이며 사업을 중단한 지난 수년간, 시장 밑바닥에서는 치명적인 시한폭탄이 째깍거리고 있었다.

인허가 및 착공 실적 반토막: 공사비 갈등과 PF 경색으로 서울·수도권의 아파트 착공 물량은 평년 대비 급감했다. 멸실은 계속되는데 입주는 전멸: 노후 주택 멸실은 예정대로 진행되었지만, 새로 들어올 신축 아파트의 준공 시계는 2~3년 뒤로 밀리거나 멈춰 섰다.

주택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공산품이 아니다. 오늘 착공을 결의해도 땅을 파고 준공해 입주하기까지 최소 4~5년이 걸린다.

즉, 지난 몇 년간 공사비 공포에 짓눌려 멈춰 섰던 정비사업의 대가는 이제 ‘향후 3~4년간 서울 시내에 들어올 새 아파트가 아예 없다’는 절대적인 물리적 결핍으로 시장을 정면 타격하고 있다.

2. "비싸도 살 집이 없다": 일반분양가 수용 한계선의 강제 돌파

불과 1~2년 전만 해도 시장은 평당 5,000만 원, 6,000만 원을 넘어가는 일반분양가를 보며 "미분양으로 조합이 망할 것"이라 경고했다.

하지만 입주 물량이 말라붙고 전세가가 폭등하자 시장의 심리가 뒤집혔다.

대체재의 소멸: 전세를 구하려 해도 신축 전세는 부르는 게 값이고, 구축마저 매물이 잠겼다. 신축 프리미엄의 폭주: '지금 분양받지 않으면 5년 뒤에는 서울 신축을 영영 살 수 없다'는 공포(FOMO)가 청약 시장과 분양권·입주권 시장을 장악했다.

과거에는 수용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고분양가가 주변 신축 시세의 폭등으로 인해 순식간에 '합리적인 가격' 내지는 '안전마진이 있는 가격'으로 둔갑했다. 시공사가 부른 턱없이 높은 공사비 때문에 억지로 끌어올렸던 일반분양가를, 집이 없어 패닉에 빠진 시장 수요가 그대로 받아내며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3. 괴리를 메우는 메커니즘: P(프리미엄)의 부활과 비례율 정상화

이 지점에서 정비사업의 수익 방정식은 다시 한번 기괴한 역전 현상을 일으킨다.

신축 매매가·일반분양가 폭등: 주변 시세가 평당 1억 원을 향해 달려가면서, 정비사업 조합은 일반분양가를 대폭 상향 책정할 수 있는 명분을 얻는다.

총수입의 급증: 일반분양가가 30~50% 오르면, 조합의 총수입(분자)은 시공사가 증액 요구한 수백억 원의 공사비(총사업비)를 덮고도 남을 만큼 커진다.

분담금 공포의 상쇄: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추가분담금이 3억 원 늘어났더라도, 완성될 신축 아파트의 미래 시세가 8억~10억 원 뛰어버리면 시장은 이를 '감당 가능한 비용'으로 흡수한다. 공사비가 올라서 사업이 망하는 것이 아니라, 공사비가 올랐기 때문에 신축 공급이 줄었고, 공급이 줄어 집값이 폭등함으로써 늘어난 공사비를 집값이 전부 상쇄해 주는 기형적인 선순환(?)이 완성된 셈이다.

‘공급 절벽’이라는 가장 강력한 상수의 귀환

정비사업 투자의 본질은 언제나 ‘희소성’과의 싸움이었다. 공사비가 평당 1,000만 원이든 1,500만 원이든, 시장에 물건이 쏟아져 나오면 정비사업은 파멸한다. 반대로 원자재와 인건비가 아무리 올라도, 사람들이 목을 매고 원하는 핵심 입지의 신축 공급이 '제로'에 수렴한다면 가격 결정권은 결국 공급자가 쥐게 된다.

"공사비가 너무 비싸서 새 아파트를 못 짓는다"는 한탄은, 역설적으로 "앞으로 지어질 소수의 새 아파트는 부르는 게 값이 될 것"이라는 가장 강력한 매수 신호탄이었던 것이다.

공사비의 공포를 뚫고 멸종된 신축의 가치를 선점한 자들에게, 지금의 집값 폭등은 공사비의 괴리를 메우고도 남을 거대한 보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드디어 신축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뜻이다.

#시장 읽기#모멘트#투자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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